면진과 제진: 지진력을 견디는 대신 동적 성질을 바꾸고, 대신 시험과 교체를 설계에 넣는다

면진과 제진이 성능기반설계의 일부로 규정되는 이유 — 장치가 아니라 힘이 지나가는 경로 전체를 정의하는 시스템 개념, 총 최대변위 이상의 이격거리와 유효감쇠 5%에서 1.0·50%에서 2.0인 감쇠계수, 수직하중 검토의 1.5배와 면진층 집중 시 감쇠비 0%, 감쇠장치에 반응수정계수를 적용하지 않는 원칙

면진과 제진: 지진력을 견디는 대신 동적 성질을 바꾸고, 대신 시험과 교체를 설계에 넣는다

면진과 제진은 지진력을 더 크게 견디는 설계가 아니라, 구조물의 동적 성질을 바꿔서 지진력이 덜 들어오게 하는 설계다. 면진은 건물과 지반 사이에 수평으로 유연한 층을 두어 주기를 늘리고, 제진은 에너지를 소산시키는 장치를 넣어 감쇠를 키운다.

그래서 기준은 이 두 방식에 다른 종류의 요구를 건다. 단면을 키우는 대신 비선형 시간이력해석과 장치 시험을 요구하고, 장치의 성능이 30년 뒤에도 유지되는지를 확인할 검사·교체 계획까지 설계자의 책임으로 넣는다.

세 가지 상황에서 쓴다. ① 병원·데이터센터처럼 지진 후에도 기능해야 하는 건물 — 부재가 아니라 내용물을 지킨다. ② 기존 건물의 내진보강 — 기둥을 키우기 어려울 때 감쇠장치를 넣는다. ③ 층간변위가 지배하는 중·고층 — 강성을 키우면 지진력이 함께 커지는 구간이다.

이 글은 KDS 41 17 00 건축물 내진설계기준 16장(면진구조)과 17장(감쇠시스템을 적용한 구조물)의 조문을 인용한다. 설계변위·유효주기 산정식은 옮기지 않았다.

1. 기준이 정의하는 것은 장치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16장과 17장의 용어 정의를 보면, 규제 대상이 장치 하나가 아니라 힘이 지나가는 경로 전체임을 알 수 있다.

용어정의

면진장치설계지진 시 큰 횡변위가 발생되도록 수평적으로 유연하고 수직적으로 강한 면진시스템의 구조요소

면진시스템모든 개별 면진장치 사이에 힘을 전달하는 구조요소 및 모든 연결부의 집합체

면진층면진시스템과 상부·하부구조의 경계에 위치한 연결요소를 포함한 부분

감쇠장치장치 양 단부의 상대적 움직임에 따라 에너지를 소산시키는 유연한 구조요소. 연결에 필요한 핀·볼트·거싯플레이트·가새연장재를 모두 포함

감쇠시스템개별 감쇠장치 및 그로부터 구조물의 기초와 지진력저항시스템에 하중을 전달하는 구조요소 또는 가새 등을 모두 포함하는 구조체

변위의존형 감쇠장치하중응답이 주로 상대변위에 의해 결정되며 상대속도와 진동수에는 독립적

속도의존형 감쇠장치하중응답이 주로 상대속도에 의해 결정되며 상대변위의 함수에 종속될 수도 있음

감쇠장치의 정의에 핀·볼트·거싯플레이트·가새연장재가 명시적으로 들어 있는 것이 핵심이다. 댐퍼 자체는 카탈로그 성능이 있지만, 그 힘을 기초까지 전달하는 가새와 접합부가 먼저 항복하면 장치는 설계한 만큼 일하지 못한다. 가장 약한 고리가 시스템의 성능이다.

면진과 제진은 모두 성능기반설계의 하위 절차로 규정된다 — "16장에서 규정하는 면진구조의 설계는 15장에서 규정하는 성능기반설계의 일부로 본다"(16.1 (2)), 그리고 17장에도 같은 문장이 있다(17.1 (2)). 성능기반 설계기준이 요구하는 검증 체계가 그대로 적용된다는 뜻이다.

2. 면진은 변위를 만들고, 그 변위만큼 자리를 비운다

면진구조의 설계는 힘이 아니라 변위를 중심으로 짜인다. 그래서 조문이 요구하는 것도 변위에 관한 것이다.

주변 옹벽 또는 다른 고정 장애물과 면진구조물 사이의 최소 이격거리는 총 최대변위 이상이어야 한다. — KDS 41 17 00, 16.2.3 (2)

주변 옹벽 또는 다른 고정 장애물과 면진구조물 사이의 최소 이격거리는 총 최대변위 이상이어야 한다. — KDS 41 17 00, 16.2.3 (2)

면진층이 움직일 자리를 물리적으로 비워 두라는 규정이다. 총 최대변위는 최대고려지진에서 비틀림에 의한 추가변위를 포함한 횡변위이고, 이 거리를 확보하지 못하면 면진층이 옹벽을 때린다.

설계변위는 감쇠계수로 나눈다. 표 16.3-1의 값이다.

유효감쇠 (임계 %)≤2510203040≥50

감쇠계수0.81.01.21.51.71.92.0

기준값은 감쇠 5%에서 1.0이고, 그보다 감쇠가 작으면 0.8로 변위가 커진다. 감쇠 50%에서도 2.0에서 멈추므로, 감쇠를 아무리 키워도 변위는 절반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다. 표에 없는 값은 선형보간한다.

수직 방향에는 별도의 여유가 붙는다.

면진시스템의 각 요소는 총 최대변위와 설계수직하중에 대하여 안정하도록 설계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설계 수직하중과 관련된 하중조합에서 지진하중효과를 1.5배로 하여 검토한다. — KDS 41 17 00, 16.2.2 (6)

면진시스템의 각 요소는 총 최대변위와 설계수직하중에 대하여 안정하도록 설계하여야 한다. 이를 위하여 설계 수직하중과 관련된 하중조합에서 지진하중효과를 1.5배로 하여 검토한다. — KDS 41 17 00, 16.2.2 (6)

면진장치는 크게 옆으로 밀린 상태에서 건물 무게를 계속 받아야 한다. 적층고무받침이 옆으로 밀리면 유효 지압면적이 줄어들고, 그 상태에서 수직하중이 커지면 좌굴한다. 1.5배는 그 조합의 불확실성에 대한 여유다.

전도에 대해서도 조건이 있다 — 안전계수는 1.0 이상이고 지진력은 최대고려지진에 근거하며, "개별 요소의 국부적인 들림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16.2.2 (7)). 다만 들림이 면진장치나 다른 구조요소에 과응력이나 불안정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는 예외다.

감쇠비 산정에는 독특한 조문이 있다 — 변형이 면진층에 집중되어 상부구조의 변형이 작으면 구조물의 감쇠비는 0%를 사용한다(16.2.2 (8)). 상부구조가 거의 변형하지 않으면 거기서 소산되는 에너지도 없으므로, 면진시스템이 소산하는 에너지만 세라는 것이다. 통상 5%로 잡는 구조감쇠를 여기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해석 방법도 지정되어 있다 — "면진구조물은 이 조항의 요구사항에 따라 직접적분법에 의한 3차원 시간이력해석을 수행하여야 한다"(16.3.1 (1)). 등가정적해석이나 응답스펙트럼해석으로 대신할 수 없다.

3. 제진 구조는 감쇠장치가 없어도 서 있어야 한다

17장의 가장 중요한 조문은 감쇠장치의 성능이 아니라 감쇠장치를 뺀 상태의 구조물에 관한 것이다.

감쇠시스템 적용 구조물은 지진력저항시스템 단독으로 다음 ①항에 정의된 하중을 지지할 수 있는 내력을 보유해야 한다. — KDS 41 17 00, 17.2.2 (1)

감쇠시스템 적용 구조물은 지진력저항시스템 단독으로 다음 ①항에 정의된 하중을 지지할 수 있는 내력을 보유해야 한다. — KDS 41 17 00, 17.2.2 (1)

감쇠장치는 지진력저항시스템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조한다. 그래서 지진력저항시스템의 설계에 쓰는 밑면전단력에 하한이 걸리고, 그 하한은 설계지진하중에 의한 밑면전단력에 예상감쇠보정계수를 반영해 산정한다(17.2.2 (1) ①). 감쇠장치가 아무리 잘 작동해도 골조를 그 아래로 줄일 수는 없다.

내진설계범주에도 예외가 있다 — "감쇠시스템 적용 구조물은 내진설계범주 'A'에 속하더라도 내진설계범주 'B'에 해당되는 해석방법과 설계요구사항을 반영하여 설계하여야 한다"(17.2.1). 지진위험이 낮은 지역이라도 감쇠장치를 넣으면 검토 수준이 올라간다.

감쇠장치와 그 주변에는 탄성 유지가 요구된다.

감쇠장치에서 에너지소산을 발생시키지 않는 부분과 다른 구조요소에 연결하기 위한 요소들은 접합부를 포함해 탄성상태를 유지하도록 설계한다(17.2.2 (1) ② 가).

감쇠장치와 그 접합부는 최대고려지진에 따라 발생하는 힘·변위·속도에 대하여 파단 또는 심각한 강도저하 없이 저항해야 한다(나).

감쇠장치에 유발되는 힘은 강도저감계수를 곱하거나 반응수정계수로 나누지 않는다(다).

감쇠시스템 구성요소의 힘지배작용은 평균응답의 1.2배를 적용해 설계한다(라).

세 번째가 특히 중요하다. 일반 부재는 반응수정계수로 지진력을 나눠 설계하지만, 감쇠장치에는 그 감축을 적용하지 않는다. 반응수정계수는 부재가 소성 변형하며 에너지를 흡수한다는 전제 위에 있는데, 감쇠장치는 그 에너지 소산을 이미 명시적으로 계산에 넣은 요소이기 때문이다. 같은 여유를 두 번 쓸 수 없다.

모델링에도 상한이 있다 — 실험으로 입증하지 못하면 지진력저항시스템의 원감쇠비는 임계감쇠의 3%를 넘을 수 없다(17.3.2 (1) ①). 골조 자체의 감쇠를 크게 잡으면 감쇠장치의 기여가 실제보다 작게 보이므로, 보수적인 값으로 묶어 둔다. 감쇠비를 얼마로 가정하느냐가 결과를 크게 바꾸는 해석에서 그 값을 기준이 직접 제한한 경우다.

4. 장치는 하나의 값이 아니라 상한과 하한으로 해석한다

감쇠장치의 성능은 제작 편차와 시간 경과로 변한다. 기준은 이를 두 번의 해석으로 다룬다.

설계특성치의 변동성을 고려하기 위해 상한계설계특성치 및 하한계설계특성치를 산정한다. … 특성치 증가 시 변동계수로서 1.2 이상의 값, 특성치 감소 시 변동계수로서 0.85 이하의 값. — KDS 41 17 00, 17.2.3 (5)

설계특성치의 변동성을 고려하기 위해 상한계설계특성치 및 하한계설계특성치를 산정한다. … 특성치 증가 시 변동계수로서 1.2 이상의 값, 특성치 감소 시 변동계수로서 0.85 이하의 값. — KDS 41 17 00, 17.2.3 (5)

그리고 두 해석의 내용이 규정되어 있다 — "상한계해석은 속도계수, 강성, 강도, 에너지소산 등의 최대치가 함께 고려된 해석이다. 하한계해석은 … 최소치가 함께 고려된 해석이다"(17.2.3 (6)).

두 번 하는 이유는 어느 쪽이 불리한지가 항목마다 반대이기 때문이다. 장치가 세면 감쇠장치와 접합부에 큰 힘이 걸리고, 장치가 약하면 변위와 층간변위가 커진다. 하나의 공칭값으로 해석하면 두 실패 중 하나를 놓친다.

면진에도 같은 사고가 있다 — 16.1 (1)은 "면진구조물의 해석은 그 구조물의 생애주기에 걸쳐 발생될 면진장치의 재료특성 변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지반운동 입력도 개수가 정해져 있다 — 감쇠시스템 적용 구조물의 시간이력해석은 지반운동기록 7쌍 이상으로 수행한다(17.3.3 (1)).

5. 시험과 교체가 설계의 일부로 들어온다

감쇠장치의 설계에서 고려할 성능저하 시나리오가 다섯 가지로 열거된다(17.2.3 (1)).

지진하중에 의한 저진동·대변위 거동 시의 성능저하

풍하중·온도하중에 의한 고진동·소변위 거동 시의 성능저하

중력하중에 의한 하중 또는 변위

부식, 마모, 생물분해, 화학물 등에 의한 장치 일부분의 고착

온·습도, 수분, 자외선 등 환경조건에의 노출

①과 ②가 짝을 이룬다는 점이 이 목록의 핵심이다. 감쇠장치는 지진 때 드물게 크게 움직이지만, 평소에는 바람과 온도변화로 자주 작게 움직인다. 지진 성능만 시험하면 30년간의 미세 왕복 운동에 의한 마모를 놓친다. ④의 고착은 정반대 실패다 — 움직여야 할 때 움직이지 않는 것.

그래서 조문은 유지관리를 설계자의 책임으로 명시한다.

모든 감쇠장치는 검사와 교체를 위한 접근방법을 확보해야 한다. 설계수명 동안 감쇠장치의 신뢰성을 보증하기 위하여 내진설계책임구조기술자는 모든 유형의 감쇠장치에 대한 적절한 검사와 시험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 KDS 41 17 00, 17.2.3 (3)

모든 감쇠장치는 검사와 교체를 위한 접근방법을 확보해야 한다. 설계수명 동안 감쇠장치의 신뢰성을 보증하기 위하여 내진설계책임구조기술자는 모든 유형의 감쇠장치에 대한 적절한 검사와 시험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 KDS 41 17 00, 17.2.3 (3)

접근 경로를 확보하라는 요구가 설계 조문에 들어와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장치를 벽 속에 묻어 두면 교체할 수 없고, 교체할 수 없으면 설계수명 동안의 성능을 보증할 방법이 없다. 케이블교량에서 진동저감장치를 설치한 뒤 현장에서 성능을 평가하도록 한 것과 같은 구조의 요구다.

접합부에는 형상 요구가 붙는다 — "감쇠장치의 접합부는 감쇠시스템에 동시에 발생하는 종방향, 횡방향, 수직방향 변위를 흡수할 수 있는 충분한 마디구조를 갖추어야 한다"(17.2.3 (2)). 댐퍼는 한 축으로 움직이도록 만들어지지만 건물은 세 방향으로 동시에 움직인다.

면진시스템에도 환경 조건이 걸린다 — "면진시스템은 생애주기 동안의 성능저하, 크리프, 피로, 온도, 습기 등의 환경조건에 대한 요구조건을 만족하여야 한다"(16.2.2 (1)). 그리고 풍하중에 의한 면진층의 횡변위는 상부구조의 허용층간변위 이하로 구속해야 하며(16.2.2 (2)), 면진시스템은 건축법의 용도구분에 따른 내화구조 요구사항을 만족해야 한다(16.2.2 (3)).

바람에 대한 조문이 필요한 이유가 면진의 성격을 보여 준다. 수평으로 유연하게 만들었으므로 지진이 아닌 바람에도 움직인다. 지진에는 움직이고 바람에는 움직이지 않아야 하므로, 면진층에는 그 경계를 만드는 초기 강성이나 구속 장치가 필요하다.

6. 정리

기준이 규제하는 것은 장치가 아니라 시스템이다 — 감쇠장치의 정의에 핀·볼트·거싯플레이트·가새연장재가 포함된다.

면진과 제진은 모두 성능기반설계의 일부로 규정된다(16.1 (2), 17.1 (2)).

면진구조물 주변은 총 최대변위 이상 비운다. 설계변위는 감쇠계수로 나누며, 계수는 유효감쇠 5%에서 1.0, 50% 이상에서 2.0이다.

수직하중 검토에서 지진하중효과는 1.5배, 전도 안전계수는 1.0 이상이며 국부적 들림은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변형이 면진층에 집중되면 구조물의 감쇠비는 0%를 쓴다. 해석은 직접적분법 3차원 시간이력해석이어야 한다.

제진 구조는 지진력저항시스템 단독으로 하중을 지지할 내력을 보유해야 하고, 감쇠장치에는 반응수정계수를 적용하지 않으며, 골조의 원감쇠비는 3%를 넘을 수 없다.

장치는 상한계·하한계 두 값으로 해석한다 — 증가 시 변동계수 1.2 이상, 감소 시 0.85 이하. 지반운동기록은 7쌍 이상.

검사와 교체를 위한 접근 확보가 설계 요구사항이고, 검사·시험계획 수립은 내진설계책임구조기술자의 책임이다.

이 두 장을 관통하는 것은, 성능을 장치에 맡긴 만큼 그 장치를 확인할 의무가 늘어난다는 원리다. 부재를 키우면 재료 시험서로 끝나지만, 감쇠장치와 면진장치는 하중-변위 관계 자체가 설계 가정이므로 시험으로 검증하고, 그 값이 30년 동안 유지되는지를 검사와 교체로 관리해야 한다. 기준이 해석 방법과 시험, 접근 경로까지 조문으로 정한 것은 그 때문이다.